89일의 유럽 여행기

독일 베를린의 이색 신호등 암펠만의 모든것 (Ampelmann 이야기) 본문

문화생활이 남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의 이색 신호등 암펠만의 모든것 (Ampelmann 이야기)

MilkNHoney 2018. 7. 5. 07:18

독일 베를린의 신호등은 특이하다. 

초록색 신호에는 한 남자가 활기차게 걸어가는 옆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빨간색 신호에는 중절모를 쓴 통통한 남자가 멈춰라는 듯 팔을 수평으로 벌린 모양으로 서 있다. 베를린에 도착하자 마자 눈에 띄었던 신호등을 보니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지? 란 궁금함이 들기도 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이 신호등의 정체는 바로 베를린의 대표 브랜드 암펠만이다. 

암펠만은 독립적인 매장도 있는데 이 매장은 베를린 인기 관광지중 하나다. 신호등 캐릭터 하나로 이렇게 까지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니.. 일본 굿즈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독일 국민의 자랑, 세계 유일무이 신호등 캐릭터 암펠만(Ampelmann)은 신호등이라는 뜻인 암펠(Ampel)과 사람이라는 뜻인 만(Mann)의 합성어다. 풀이하자면 신호등맨 이라고 할까? 독일의 직관적인 단어 합성은 언제봐도 명확하다. 












여담이지만 베를린에서 드레스덴으로 넘어 와 암펠만을 기대하며 신호등을 봤는데 세상에.. 여기엔 암펠만이 머리딴 여자 어린이 모양이 되어 있었다. 뭐지? 남성 신호등만 있는건 여성 차별이라며 여성이 그려진 신호등을 새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신호등 이름은 암펠프라우(Ampelfrau) 라고…. 


(출처: 위키피디아)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를 위해 디자인된 암펠만: 어린이와 노약자 보호에 최적화된 신호등


사실 신호등은 보행자 보다는 운전자를 위해 태어났다. 마차가 있던 시절에는 신호가 없어도 사람들이 지나가면 그저 마부가 말을 멈추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등장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가 서고 멈추는데 규칙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운전자를 위한 신호등 바로 우리가 지금도 보고 있는 색상 중심의 신호등 빨랑, 노랑, 초록 신호등이다. 


하지만 보행자에게도 동일한 신호등을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베를린은 통일전 동서로 나뉘어져 각각 동독, 서독이라 불리며 분단되어 있었다. 동독 지역에는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이 별도로 없었고 운전자를 위한 신호등만이 있어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보다못한 정부는 1961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베를린 교통국에 근무하고 있던 교통 심리학자 칼 페글라우(Karl Peglau) 박사에게 디자인을 의뢰한다. 


칼 페글라우 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염려에 둔 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는 특히 주의력이 약했다. 어른에 비해 지각 인지 능력이 부족하며 집중력이 낮았다. 어린 아이들이 신호를 지키게 하기 위해선 어떤 마음을 이해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박사의 답은 아이들이 신뢰하는 존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색상이 아니라, 도형이 아니라, 바로 엄마 아빠, 주변에서 보는 익숙한 사람의 모습을 보는 듯한 신호등을 만드는 것이었다. 어린이들에게 친밀해야 했고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 디자인된 신호등은 바로 도형이 아닌 사람의 모양이었다. 심지어 모자도 쓰고 있었다. 


색맹으로 신호등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과 시력이 나쁜 노인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신호등에서 사람 모양이 차지하는 비율을 최대한 크게 만들었다. 그 결과 암펠만은 조금은 뚱뚱한 배불뚝이 모양이 되었다. 하지만 이 모습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귀엽게 여겨졌다. 이 덕에 보통 신호등 보다 두 배 정도 불빛이 투과하는 면적을 확보할 수 있었고 주목하기 쉽고 신호를 인식하기 쉬운 신호등이 되었다. 암펠만은 동독 교통 교육 캠페인에 이용되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텔레비전 스타가 되었다 보행자를 지켜주는 암펠만, 귀여운 암펠만! 덕분에 동 베를린의 교통사고는 약 40%가 줄었고 암펠만은 동독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좋은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이다” 라고 생전에 말한 스티브 잡스의 말에 딱 어울리는 사례였다. 


암펠만 철거 위기와 시민들의 반대 노력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통일된 독일은 동독의 사회 시스템을 서독식으로 변화시켰다. 신호등 체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독에서 사용되던 암펠만은 1994년 평범한 모양의 서독 신호등으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6년 서독의 산업 디자이너였던 마르쿠스 헤크하우젠(Markus Heckhausen)은 암펠만 교체 사태를 보고 폐기된 암펠만 유리를 가져다가 신호등 램프를 만들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또한 신호등으로만 사용되던 암펠만을 칼 페글라우 박사와 함께 암펠만 상품으로 변화시켰다. 일개 신호등에 불과했던 암펠만은 이때부터 신호등이 아닌 티셔츠, 가방, 머그컵, 연필, 맥주잔 등의 기념품과 상품이 되었다. 매출은 약 연 2백만 유로. 동독 뿐만 아니라 서독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암펠만 구제 위원회가 설립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암펠만 살리기 캠페인에 동참하며 암펠만 폐기 반대 운동을 벌였다. 


결국 독일 정부는 시민의 요구를 들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암펠만이 다시 독일의 대표 신호등이 된 것이다. 


독일의 소통과 화합의 상징, 암펠만 


동서독 시민들의 암펠만 철거 반대 운동은 동독의 좋은 캐릭터를 지켰냈다는 의미를 넘어 동독과 서독 주민이 하나가 되어 좋은 문화를 보존하고 지키는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되었다는데 더 큰 의의를 가진다. 함께 암펠만 캐릭터를 사랑하고 힘을 모아 협력하면서 문화 통일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현재 암펠만은 동독과 통일 베를린의 상징이자 가장 사랑받는 베를리너(Berliner)가 되었다. 2007년에는 베를린 G8 정상회담 마스코트로 사용되기도 했다. 암펠만은 신호등을 넘어 생활용품, 간식, 패션의류, 잡화, 아동제품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하면서 세계 곳곳에 매장을 내고 있다. 


이미 일본에 진출했고 한국에도 진출했던 이력이 있다. 암펠만은 공공 디자인의 최고 사례로 뽑히며 베를린의 꼭 가봐야 할 관광지, 기대 안하고 갔다 암펠만 팬이 되어 나온다는 신기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세계 최초, 최고의 신호등 브랜드가 되었다. 


그런고로..베를린에 가면 매장에 방문하는건 백문이 불여일견! 



암펠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mpelmann_berlin/ 

암펠만 홈페이지: www.ampelmann.de 

암펠판 대표 매장



보너스! 전세계 신호등의 종류: 한국 신호등과 암펠만을 비교해보세요!




보너스 2. 심지어 암펠만 샵에는 카페도 있어요!


보너스3. 매장에서는 이쁘다고만 생각했는데 떠나오니 자꾸 생각나는 암펠만 이색 상품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