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일의 유럽 여행기
[체코]시대를 뛰어넘은 천재 건축가의 유산 - 브르노 투겐타트 별장(Tugendhat Villa in Brno) 본문
[체코]시대를 뛰어넘은 천재 건축가의 유산 - 브르노 투겐타트 별장(Tugendhat Villa in Brno)
MilkNHoney 2018. 9. 4. 22:02
브르노는 체코에서 프라하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도시, 즉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과도 같은 곳이다. 지방이라고 트램비용도 도심보다 쌌고, 두 번째로 큰 도시라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역시나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이기도 했다. 브르노를 선택한 이유는 일단 헝가리를 가기에도 가깝고, 도심이 아닌 한적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들어가자마자 마당에 세계유산을 알려주는 표식판이 있다.
브르노의 관광맵을 보면 브르노의 구시가는 반나절, 넉넉잡아 하루면 모든 것들을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을 철썩같이 믿은 우리는 그 맵이 알려주는 경로대로 움직이려 했는데, 첫 번째로 가게 된 투겐타트 저택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본 까닭에 일정이 꼬여서 이틀에 걸처서야 구도심을 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체코 브르노에서 느낀 것은 브르노 도심 자체에서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정말 하루안에 후닥 구시가를 둘러보고 나머지는 근교로 렌트를 해서 동굴투어 등을 하고 와도 좋을 것 같다.
브르노에서 봐야하는 성 바울 & 성 베드로 대성당, 레드처치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오래남고 관광지로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어서 이 글 까지 쓰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투겐타트 저택’이다. 관광 가이드 맵의 사진에서도 매우 현대식으로 지어진 모던한 저택이 대체 왜 관광자원이며, 심지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가 되었는지 매우 의아했었다. 직접 가보고 나서야 왜 그런지를 알 수 있었는데, 바로 지금 시대에서야 나올 법한 모던하고 현대적인 건물이 1930년대에 지어졌다는 점이었다.
투겐타트 입구 전경
유네스코 세계유산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투겐타트 저택의 설명을 요약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 1886~1969)가 설계한 브르노의 투겐타트 별장(Tugendhat Villa in Brno)은 1920년대 유럽에서 발전되었던 모더니즘 건축 운동인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에 따라 건축된 작품이다. 이 건축물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근대 산업 생산이 제공한 건축기술과 재료를 이용하여 공간을 혁신적으로 응용하고 미적 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가 있다. (더 상세한 설명은 이쪽을 참조.)
저택 내부를 볼 수 없게 2층은 불투명한 유리로 되어있다.
우리는 저택 내부까지 듣는 가이드투어(어차피 체코어라 못알아 들음)는 포기하고 아래에서 저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원투어를 신청했다. (인당 50코루나) 투어라고 해서 가이드가 붙는 건 아니고 그냥 정원에 내려가 볼 수 있는 입장료이다. 티켓을 사면 저택 2층의 왼쪽 사이드에 있는 철문이 닫혀있는 길로 스탭이 안내해주는데 그곳으로 내려가면 된다. 평소에는 잠겨 있어서 티켓을 사서 스탭이 열어줘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정원을 내려가면 저택의 1층과 지하쪽을 볼 수 있는데 건물 내부를 볼 수 있는 티켓을 산 게 아니어서 무료로 개방된 지하쪽(지금은 기념품을 사는 기념품샵과 투겐타트의 역사를 전시해 둔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으로 내려가 저택의 역사와 과거 주인들의 모습, 그리고 건축가의 모습을 보고 정원쪽으로 나왔다. 계단을 타고 1층으로 올라가서 통유리로 된 안쪽 모습을 볼 수도 있는데 그 안의 집기들이 30년대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고 재현해 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 당시에 지금 나왔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아니 오히려 더 세련된 듯 한-디자인의 식탁과 의자와 건물의 구조를 만들었다는 건축가가 새삼 다시금 천재라고 느껴졌다.
2층에서 바라본 브르노 구시가 전경. 왼쪽의 뾰족한 첨탑이 성바울&성베드로 성당이다.
정원에는 곳곳에 쉴 수 있는 의자와 탁자도 있어서 편하게 앉아서 쉬며 저택을 감상할 수도 있고 짙푸른 정원 속에서 산림욕(?)같은 기분을 느껴볼 수도 있다. 우리도 정원에 앉아 꽤 많은 시간을 보낸 뒤에 저택을 떠날 수가 있었다.
천재 건축가가 보여준 놀라운 저택 덕에 정말 최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투겐타트 저택. 매일 고딕, 바로크 양식의 화려하고 큰 성당같은 건축물만 보다가 접해서 그런지 그 신선한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혹시라도 브르노에 가게 된다면 구시가를 보는 것도 좋지만, 투겐타트 저택을 꼭 둘러보면서 그 시절의 천재의 영감을 만나보시기를. 강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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