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일의 유럽 여행기

[체코]천국가는 길이 쉽지 않은... 천국의 문(Pravčická brána) 탐방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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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천국가는 길이 쉽지 않은... 천국의 문(Pravčická brána) 탐방기

MilkNHoney 2018. 6. 29. 04:01

드레스덴은 독일 작센주의 주도이며 인구 50만의 작은 도시이다. 이곳은 크게 구도시와 신도시로 나뉘는데, 모든 유럽의 나라가 그렇듯이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유럽풍 양식의 건물들은 모두 구도시에 모여있고, 신도시는 쇼핑센터나 특이한 건축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매우 작은 도시다 보니 우리가 살던 기숙사 건물에서 30분 정도를 걸어가면 구도시에 들어갈 수 있었고, 구도시는 반나절~하루를 보면 다 볼 수 있는 규모다. 

이런 구도시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가서 보고 느끼고 사진 찍었던 날들이 좋지만, 가끔은 드레스덴을 떠나 새로운 도시로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알아본 근교 여행! 작센 스위스라 불리는 바스타이 국립공원과 쾨니히슈타인 요새, 그리고 체코 쪽 국경 너머 있는 천국의 문이 그 후보로 올랐다.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천국의 문을 찍고 쾨니히슈타인과 바스타이를 보는 것이 일정이었지만, 엄청난 천국의 문의 후폭풍으로 인해 천국의 문 한군데만 다녀왔다.


우리가 사는 드레스덴에서 천국의 문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정도. 독일 국경 끝인 Schona 역에 다 다르면 엘베강을 사이에 두고 독일과 체코로 국경이 나눠지는데 여기서 편도 1.5유로로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만 한다.



이것은 출발할 때 찍지 못하고 체코 국경에서 찍은 페리의 모습;;; 페리 위쪽의 계단이 Schona역과 연결되어 있다. 

내리자마자 후다닥 페리로 이동해야 한다. 우리는 비수기 때 이동하여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저 작은 페리가 한번 출발하면 다음 출발까지 계속 기다려야만 한다.

한 대가 계속 왔다 갔다하므로...... 엘베강의 강폭이 넓지 않아 실제로 페리를 탄 시간은 3분 정도?


짧은 항해(?)를 마치고 체코국경으로 다다르면 바로 전에 있었던 마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 된다. 강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이렇게나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니. 정말 재미있는 곳이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리바리했지만, 관광객들이 이동하는 쪽으로 함께 이동하다 보면 마을 진입구에서 커다란 지도가 나타난다. 그 지도를 보면 약 1.6킬로 정도를 걸어서 천국의 문 진입로에 다다른 뒤 다시 45분 정도를 등산하라는 표시가 되어있다. 



여기서부터는 체코 Hrensko! 그리고 우리는 ~만큼을 걸어가서 다시 천국의 문까지 등산을 해야 한다. 45 동안... 이때까지는 몰랐다. 1킬로 정도를 걷던 우리니까 1.6킬로 걷고 거기서부터 45분간 완만한 높이의 등산을 하는 매우 쉬운 일인 알았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1.6킬로의 길은 걸어도 걸어도 걸어도... 천국의 입구를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구름이 많이 날씨였는데도 헉헉대면서 걸어가 겨우 천국의 진입로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발견한 천국의 문 진입로 표지판. 여기서부터 다시 2킬로를 가면 드디어 천국의 문이 나온다. 하지만 그 길은 돌밭 길, 산길, 꼬불꼬불한 언덕길이었다. 그리고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



흡사 대만의 타이루거 협곡과도 같은 곳을 굽이굽이 걸어 45분쯤 걸어 올라가면 드디어 천국의 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풍화 작용으로 인해 가운데가 뻥 뚫려서 마치 문과도 같이 생긴 곳. 천국의 문 지명의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체코어로는 그냥 프라브치츠카의 문이라는 뜻이다. 워낙 등산에 약한 내가 45분을 걸어 올라오면서 하도 가쁜 숨을 쉬니까 동행이 놀리면서 "천국 가는 길이 쉬운 줄 알았어?" 하며 웃었다. 그 말 그대로 정말 천국 가는 길이 녹록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라왔다. 그리고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천국의 문'이라는 지명이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지금 사진으로 보이는 앞모습만 보고 가면 천국의 문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반드시 붉은색 지붕의 레스토랑 안쪽으로 들어가서 3유로를 내고 안쪽 풍경과 뒤쪽으로 돌아 높이 올라가서 대자연의 풍광을 보고 오기를 권한다. 정말이지 그 광경을 봤을 때, '아... 이 문을 통과한 이쪽은 천국이구나, 그래서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돈을 내고 들어오면 천국의 문 반대편에서 앞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의 풍경은 다음과 같다.



천국의 문을 보고 걸어 내려오는 길에 동행과 나는 너무 힘들어서 쾨니히슈타인 요새를 들르는 것을 포기했다. 바스타이 국립공원도 대충 이런 모습이겠지 하면서 패스했다. 원래 보려던 3개의 코스 중 2개를 취소했지만 후회는 되지 않았다. 그만큼 천국의 문의 모습이 압도적으로 우리들의 마음에 박혔다. 그리고 동행과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근 이틀을 허리와 허벅지 종아리 근육통으로 끙끙 앓으며 누워있었다.(...) 이 곳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은 일단 충분한 물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방문하기를.... 30대까지는 괜찮겠지만, 40대 이후 분들은 더욱 단단히 맘의 준비를 하고 다녀오시기를 권한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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